나의 이야기 2

젖지 않는 샘물소리

하나의 길 2019. 12. 30. 14:00

한암스님의 오도송

 

부엌에서 불 지피다

홀연히 눈 밝으니

이로부터 옛길이

인연따라 분명하네

만일 누가 달마스님이

서쪽에서 오신 뜻을 나에게 묻는다면

바위 밑 샘물소리

젖는 일 없다 하리.

 


허공으로서의 나로서 살펴보면, 나의 마음속에 광활한 우주가 펼쳐져 있고

펼쳐진 세계에서의 크고 작고, 때로는 어마어마한 일들에도 허공으로서의 나의 마음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너무나 냉정하게, 정말로 무정하게 이 우주를 받쳐주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하기에 바위 밑 졸졸졸 흐르는 샘물소리를 한없이 들어도 나의 마음은 젖지 않는 것입니다.

청정법신을 표현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시를 접한 것은 오래되었고 그때에도 같은 심정이었지만, 새삼 한번 더 확연히 다가오기에 적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