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법문 스크랩

티베트 예세 초겔.

하나의 길 2017. 2. 16. 18:08

산적들을 교화하다

 

나는 금가루 한 되와 금장식품 한 개만을 가지고 여자의 몸으로 갖은 어려움을 견디며 아짜라싸레를 찾아

네팔로 갔다. 도중에 에동촉이라는 곳에서 일곱 명의 강도를 만났는데, 그들은 금품을 빼앗더니 굶주린

이리떼처럼 달려들어 돌아가며 강간을 하였다. 그 순간 나는 구루 린포체를 떠올리며 강도들을 모두

본존불로 관상하였다. 그리고 옷가지들로 만다라 공양을 지어 올리고 청정한 마음으로 목소리를 가다듬어

노래하였다.

 

께마!

에동촉에 계신 일곱분의 본존분들이여!

오늘 이곳에서 만나게 되니 참으로 좋은 인연이라.

나는 이미 모든 자량이 원만해져

오직 중생의 이로움만 생각하는 요기니

전생에 우리에게 얽혀있던 모든 원한의 빚, 곧 청정해지리라.

참다운 스승님은 진실로 대자대비하신 분

그 거룩하고 수승하심, 범부들은 헤아릴 수 없다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환희로써 보시하니

일체 유정들이여! 다 해탈할지어다.

 

이렇게 말하며 합장하고는 나머지 금 또한 강도들 앞에 펼쳐놓았다. 비록 알아듣지는 못하였으나 그 아름다운 선율과 부드러운 기운에 사로잡힌 강도들은 마음이 고요해지고 삼매에 드는 것을 느끼며 물끄러미 나를 우러러보았다. 그리고 네팔어로 물었다.

 

어머니 수행자시여!

당신의 나라는 어디이며, 부모님은 누구십니까?

당신의 스승님은 누구시며, 무슨 일로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그러면서 그들은 아까와 같은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십시오 하고 부탁하며 욕망과 성냄으로 어지럽게 섰던 털들을 부드럽게 가라앉혔다. 얼굴에는 고요하고 행복한 미소가 번졌고, 화가 났던 얼굴들도 다 평화로워졌다. 그들은 가지런한 이빨이 다 드러날 정도로 즐겁게 웃으며 내 앞에 모여 앉았다. 나는 곁에 있던 등나무

지팡이에 몸을 기대고 네팔어로 그들에게 말하였다.

 

에마호!

선재선재라!

전생의 인연으로 만나 일곱 산적이여!

화 잘 내는 나쁜마음 그자체가 바로 대원경지(大圓鏡智)니라.

번뇌의 욕망과 성냄의 나쁜 마음 밖에서

광명과 순수함을 찾을 수는 없는 것

그러한 인연이 일어나는 그 근본을 보면

그것이 바로 금강살타(金剛薩陀)니라.

외적인 상에 탐착하지 않는 공성을 배울지니라.

내 고향은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묘희세계(妙喜世界).

쾌락도 공허함도 없는 보신불의 정토니라

나는 겉으로 표시된 이름과 모양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대들이 어머니의 고향을 좋아한다면 함께 데리고 가리라

 

전생의 인연으로 만나 일곱 산적들아!

오만과 편견 그자체가 그대로 평등성지(平等性智)니라.

자신이 잘났다는 교만한 마음을 버리면 따로

다른 곳에서 평등성품의 자성을 찾을 필요가 없느니라.

본래 부처의 모습을 보면 그것이 바로 보생불이니라

()에 탐착하지 말고 현상을 배워야 한다.

내 아버지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주시는 여의주!

환영과 같은 재물에 탐착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 늙으신 아버지를 원한다면 그대들에게 주리라

 

전생의 인연으로 만나 일곱 산적들아!

욕망과 교만한 마음 그자체가 묘관찰지(妙觀察智)

어떤 것에 대한 욕망이나 아름다운 경치에

집착하는 마음을 떠나 다른 곳에서 그것을 찾을 수가 없느니라.

깨끗하고 순결함을 보면 그것이 바로 아미타불이니

광명에만 탐착하지 말고 지복을 배울지니라.

무량무변한 현상은 바로 내 어머니.

끝없는 지복의 희열이시니

좋고 안 좋은 맛에 탐착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대들이 내 어머니를 원한다면 내가 주리라.

 

전생의 인연으로 만나 일곱 산적들이여!

질투와 두 가지 집착은

바로 성소작지(成所作智),

질투가 일어나는 마음을 떠나서

성취할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없느니라.

일어나는 분별심과 생각을 바로 보면

그것이 바로 불공성취불(不共成就佛)이니라.

작고 큰 것에 집착하지 말고

무엇이 일어나든지 거기에서 배워라

내 스승은 모든 사업을 다 원만히 성취하신 분,

일과 행위의 경계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 스승을 그대들이 원한다면 보내주리라

 

전생의 인연으로 만나 일곱 산적들이여!

무명과 어리석음이 바로 법계체성지(法界體性智)

깊은 무명으로 혼미해진 심식(心識)을 떠나서는

모든 허물과 장애로부터

벗어나는 법을 찾을 수 없나니

무명을 바로보면 그것이 비로자나불이니라.

밝은 성품에만 집착하지 말고

무엇이 일어나든지 그곳에서 배워라.

내 도반은 상()으로 나타난 일체의 현상,

모든 사업을 성취한 그러한 도반을 원하나니

그는 일체 현상 가운데서 정신이나 물질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업을 원한다면 내가 가르쳐주리라

 

내 말을 듣고 견고한 신심을 갖게 된 일곱 산적들은 그 마음이 세속에서 떠나게 되었다.

그들은 나에게 불법을 배워 모두 해탈을 얻었다.

나는 일곱 명의 강도들이 사는 곳까지 직접 찾아가 청정한 불법을 설해주었다.

그리고 다시 네 팔에 있는 바우다나트수투파(佛眼佛塔)로 길을 떠났다.


-설오 스님 책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