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년 7월 10일
여러분이 알다시피 보림선원 아니에요.
그러기 때문에 보림선이라 이름을 붙였는데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습니다.
내 이걸 압니다. 여래선 이라고 해도 그만이고 조사선 이라 해도 그만입니다.
여래선을 바탕으로 해서 조사선이 굴리어 지고 조사선이 굴리어 짐으로써 여래선이 살아 나는 거라.
여래선과 조사선을 엉뚱하게 해석하는 조사들도 있습니다. 나는 거기에 반대입니다.
왜 그러느냐. 원래 당처로 봐서는 선도 없는 자리예요. 그러면은 왜 보림선 이라는 것을 내 놨느냐
하면은 내 살림 갖자는 거예요.어째 그러느냐 죽어도 내가 죽고 살아도 내가 사는데 어찌 내살림
준비를 안 하겠습니까?
어떤 것이 여래선인고?
부작일립미(不作一粒米) 한톨의 쌀도 간직 안했고
불경일경채(不耕一莖菜) 한 줄기의 나물도 같지 않았네
부처님의 살림살이가 알거지 입니다.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일체만법이 나오는 것입니다.
일체 만법이 허공성 이고 허공에서 나옵니다.
여래선이 도대체 누구의 것이냐 말이야. 내의 물건입니다. 절대 평등성 입니다.
착하다 악하다. 남자다 여자다. 일체가 끊어진 자리. 여러분들은 중생살이를 굴려.
굴리면서 여래선이 바탕이 되가 있다는 것을 모르거든. 여러분 이 자리에 부처님 안계신줄 아십니까?
이 자리에 보살님 안 계신줄 압니까? 다만 빛깔도 소리도 냄새도 없는 무상신 이지만 허공에 미진수의
보살이 가득 찬 것이 불보살 입니다.
어떤 것이 조사선 인고?
살인도여활인검(殺人刀與活人劍) 사람을 죽이는 칼과 살리는 칼을 더불어 같이 하고
호두호미일시수(虎頭虎尾一時收) 호랑이의 머리와 꼬리를 한 때에 걷어잡는다.
조사선은 여래선을 바탕으로 하여서 그 위에서 자유자재한 이런 활동을 하는 겁니다.
미한 중생을 위해서 법을 굴리는 것입니다. 제도란 무엇이냐. 그 사람 미한 것을 깨뜨려 주는 것이
제도거든요.
어떤 것이 보림선 인고?
설두야락설부착(說頭也落說不着) 말머리가 떨어져도 붙지를 안해.
무한청풍권대지(無限淸風捲大地) 한이 없는 맑은 바람이 큰 땅을 말아낸다.
보림선 역시 여래선을 바탕으로 되어 있어요. 내가 숱한 말을 해도 그 말이 없어요.
녹음을 해봤던 녹음의 당처가 빈 거라. 자 이거 허공을 굴리는 소식인가 뭣인가 나도 모르겠어요.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라. 걷어잡을래도 걷어잡을 수가 없어.
이러 하면서도 한이 없는 맑은 바람이 큰 땅을 멍석 말 듯이 돌돌 말아 젖힌다 말이야.
이것이 보림선 이에요.